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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세상 속, 신앙고백의 닻을 내리라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1-07 08:30

본문

세계는 지금 이념의 전쟁터이자 신음하는 고통의 현장이다. 한편에서는 공산주의라는 유령에 맞서 자유의 가치를 선포하는 외침이 울려 퍼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인간의 소박한 꿈이 기만과 착취로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수단의 땅은 드론 공격으로 신음하며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마저 끊긴 채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모든 파편적인 소식들은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완성한다. 바로 하나님을 떠난 세상이 스스로를 파괴하며 무너져 내리는 비극적인 자화상이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교회는 무엇을 붙들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세상의 정치적 구호나 경제적 논리에 편승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교회의 유일하고도 영원한 반석은 오직 ‘우리가 무엇을 믿는가’에 대한 명확하고도 확고한 신앙고백 위에 세워져야 한다. 사도신경과 같은 신앙의 정수를 탐구하는 서적이 출간되고, 모든 배움을 하나님의 영광과 연결하려는 지성적 노력이 강조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시대의 위기 앞에서 본질로 돌아가려는 교회의 거룩한 몸부림이다.

역사는 신앙고백이 교회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똑똑히 증언한다. 1934년 나치 독일의 암울한 그림자 아래, 독일 교회는 히틀러를 ‘하나님이 보낸 지도자’로 숭배하며 국가 이데올로기에 신앙을 팔아넘긴 ‘독일 기독교인(German Christians)’과, 이에 맞서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 했던 ‘고백교회(Confessing Church)’로 나뉘었다. 이때 칼 바르트를 중심으로 한 고백교회 지도자들은 바르멘 신학선언(The Barmen Declaration)을 발표하며 외쳤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듣고, 삶과 죽음 속에서 신뢰하고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이다. 우리는 교회의 선포의 원천으로서 그분 외에 다른 어떤 사건이나 권세, 형상이나 진리를 인정할 수 있다는 거짓 교리를 배격한다.” 그들은 총칼이 아닌 신앙고백으로 시대의 우상에 맞섰고, 교회가 누구에게 속했으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피 흘리기까지 증언했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마주한 현실 역시 바르멘 선언의 시대와 다르지 않다. 눈에 보이는 총칼은 없을지라도, 교회의 강단을 위협하고 성도들의 영혼을 잠식하는 세속적 이념과 가치관은 더욱 교묘하고 강력해졌다. 번영의 신화, 성공주의, 정치적 극단주의, 성(性)혁명 이데올로기 등은 모두 교회의 유일한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자리를 찬탈하려는 현대의 우상들이다. 이러한 도전 앞에서 사도신경의 한 구절 한 구절을 깊이 묵상하고, 우리의 모든 지적 탐구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바치려는 노력은 교회를 교회답게 지키는 영적 방어선이자 세상으로 나아갈 공격의 기지다.

신앙고백의 닻을 깊이 내린 교회는 세상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아파하며 그 상처를 싸매기 위해 나아간다. 러시아에서 희망을 잃은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눈물과 수단 땅에서 죽어가는 이들의 신음은 바로 우리의 신앙고백이 구체적인 사랑과 정의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현장이다. 견고한 신학은 반드시 뜨거운 사랑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이제 다시 신앙고백의 위대한 유산을 회복해야 한다. 강단에서는 사도신경이 힘 있게 선포되고,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믿음의 도리를 가르치며, 성도들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 중심적 사고가 뿌리내려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방황하는 영혼들을 진리의 빛으로 인도하는 시대의 파수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 (에베소서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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