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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신앙, 교리를 넘어 정의의 건축자로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1-06 08:30

본문

오늘의 지면은 여러 갈래의 소식들로 채워졌다. 존 반드루넨 박사의 신간을 통해 언약과 자연법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조명하는 깊이 있는 담론이 소개되었고, 버크 파슨스의 저서는 개혁주의 신앙의 ‘담대함’을 역설한다. 한편에서는 코소보 시민들이 관료주의라는 거대한 벽을 허물기 위해 새로운 앱을 출시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홍콩의 법치주의가 ‘부패 부재’라는 외피 뒤에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이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무관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거대한 질문을 한국 교회 앞에 던지고 있다. 우리의 신앙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세계법치주의프로젝트(WJP)의 보고서는 홍콩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진단한다. 공직자 개인의 사적 이득 취득을 막는 ‘부패 부재’ 지수는 높을지 몰라도, 정치적 연고주의나 법적 차별과 같은 구조적 불의가 만연할 때 사회 전체의 법치주의는 붕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깨끗한 옷을 입은 신앙인 개개인은 많으나, 그들이 모인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의 구조적 악에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모습과 겹쳐 보인다. 개인의 경건과 도덕성은 귀하지만, 그것이 정의로운 사회 구조를 세우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신앙에 머무를 위험이 크다.

바로 이 지점에서 존 반드루넨 박사가 탐구하는 ‘자연법’의 논의는 중요한 신학적 나침반을 제공한다. 하나님께서는 특별계시인 성경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양심과 창조 세계 속에 자신의 선하신 법을 심어두셨다. 이 일반계시로서의 자연법은 신자와 불신자를 막론하고 모든 사회가 마땅히 따라야 할 정의와 공의의 보편적 기준이 된다. 따라서 교회는 단지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께서 세우신 창조 질서와 보편적 정의가 이 땅의 법과 제도, 문화 속에 구현되도록 힘써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신앙의 세속화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이 온 세상에 미침을 고백하는 신앙의 공적 표현이다.

역사는 이러한 신앙의 담대한 실천가들을 증언한다. 18세기 영국의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는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깊은 복음주의 신앙에 기초하여 당시 대영제국의 경제를 떠받치던 거대한 구조악, 즉 노예무역 폐지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수많은 정적들의 비난과 경제적 이해관계의 압박 속에서도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끈질기게 의회에서 싸웠다. 그의 싸움은 단순히 노예 개인에 대한 자선을 베푸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는 인간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비인간적인 ‘제도’ 자체를 폐지함으로써,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구조적 개혁을 추구했던 것이다. 그의 담대함은 개혁주의 신앙이 어떻게 개인의 회심을 넘어 사회 전체를 변혁하는 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성경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미가 선지자는 하나님의 뜻을 분명히 선포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가 6:8).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구하시는 것은 골방에서의 경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세상 속으로 나아가 ‘정의를 행하는’ 구체적인 삶을 요구하신다. 코소보 시민들이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처럼, 한국 교회 역시 우리 사회의 불의한 구조와 제도를 향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제시하며, 정의를 세우는 일에 담대하게 나서야 한다.

한호림 작가가 만화를 통해 한국 교회의 ‘개혁’을 외치고, 버크 파슨스가 ‘개혁될 용기’를 촉구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교회는 신앙의 본질을 되물어야 할 때다. 우리의 개혁 신앙이 단지 역사적 유산이나 지적 유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윌버포스의 담대함으로, 미가 선지자의 외침을 가슴에 품고, 사회의 어둡고 부조리한 구조를 향해 빛을 비추는 ‘정의의 건축자’로 다시 서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에 맡기신 거룩한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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