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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의 소음 속에서 본질을 묻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1-05 08:30

본문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소식들이 지면에 가득하다. 한편에서는 19세기 신학자 존 맥클라우드 캠벨의 대속 교리 탐구가 재조명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노년 세대의 지혜와 청년 세대의 도전이 사회의 새로운 동력으로 조명받는다. 그런가 하면, 부패한 권력의 민낯을 폭로한 언론인의 용기와 이웃의 삶을 화폭에 담아낸 예술가들의 따뜻한 시선이 함께 보도되었다. 이 개별적인 사건들은 흩어진 파편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을 꿰뚫는 하나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는 과연 현상의 껍데기를 넘어 그 본질을 직시하고 있는가.

오늘날 한국 교회는 수많은 사역과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 있다. 분주함이 성실함의 척도가 되고, 가시적인 성과가 사역의 유일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년들을 위한 창업을 지원하며, 사회적 부조리에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 모든 행위의 이면에 있는 한 영혼의 존엄성, 한 세대가 품은 시대적 소명, 그리고 죄악의 뿌리 깊은 실체와 같은 본질을 얼마나 깊이 통찰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교회가 현상의 소음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18세기 말, 대영제국은 노예무역이 가져다주는 막대한 부에 취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노예무역은 그저 당연한 경제 활동, 즉 하나의 '현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윌버포스는 달랐다. 그는 노예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고통과 신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엄한 존재가 겪는 참상을 보았다. 그는 노예무역이라는 현상의 경제적 논리가 아닌, 그 행위가 담고 있는 죄악의 '본질'을 직시했다. 그리고 그 본질과의 싸움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이는 피상적인 자선 활동을 넘어, 시대의 악과 정면으로 맞선 영적 투쟁이었다.

교회의 모든 사명은 바로 이 본질을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학계가 캠벨의 '대속의 본질'을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기독교 신앙의 심장이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있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본질 그 자체이며, 인류의 죄와 구원의 유일한 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본질을 놓치면 교회의 모든 활동은 공허한 울림으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가 노년 세대를 섬기는 것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그들의 삶에 깃든 하나님의 섭리를 배우기 위함이다. 청년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것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향한 하나님의 소명을 함께 감당하기 위함이다. 멕시코 언론인처럼 불의를 고발하는 것은 사회적 명성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어둠 속에 신음하는 영혼들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한국 교회는 이제 외형적인 성과와 분주한 사역이라는 현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우리를 부르신 부름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시선을 다시 십자가에 고정하고, 그곳에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시선과 마음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회개를 의미한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냈던 절박한 고백이 오늘 우리 모두의 고백이 되어야 한다.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 (고린도전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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