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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머리를 넘어 가슴과 손발에 이르기까지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1-02 08:30

본문

오늘날 한국 교회는 신학 서적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17세기 청교도 거장의 깊이 있는 사상부터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 서사를 명쾌하게 풀어낸 현대 신학자의 통찰까지, 우리는 손쉽게 신앙의 정수를 접할 수 있는 시대적 축복을 누린다. 그러나 이 지식의 풍요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인 영적 빈곤을 경험한다. 신앙의 핵심 진리가 머리에만 머물고, 삶의 구체적인 현장으로 흘러가지 못하는 거대한 단절이 교회의 생명력을 앗아가고 있다.

오늘의 지면에 소개된 여러 소식은 이 비극적인 단절의 다양한 측면을 드러낸다. 성찬의 풍성한 신학적 의미가 잊힌 채 형식적인 연례행사로 전락한 현실은, 교회가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가장 역동적인 진리를 얼마나 무감각하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렬한 증거다.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라는 위대한 교리가 한 개인의 삶과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지 못하고 교리문답의 한 항목으로만 남아있을 때, 그 교리는 생명 없는 화석에 불과하다. 철학적 물음과 기도로써 신앙의 주체로 서야 할 성도들이 세상의 조류에 떠밀려 생각하기를 멈춘다면, 우리는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비참한 미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지성과 실천의 분리는 교회의 오랜 질병이었다. 그러나 교회가 영적으로 살아 숨 쉬고 세상을 변화시켰던 모든 순간에는, 언제나 이 둘을 하나로 꿰뚫는 치열한 몸부림이 있었다. 18세기 말 영국, 노예무역이라는 거대한 죄악이 제국의 심장을 멍들게 하고 있을 때,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와 그의 동지들인 ‘클래펌 공동체(Clapham Sect)’는 신학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지 증명했다. 그들은 단순히 인도주의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창세기의 선언과, 모든 인간은 그리스도 안에서 동등한 존엄을 지닌다는 복음의 진리를 자신의 목숨처럼 믿었던 신학의 사람들이었다. 이 ‘살아있는 신학’은 그들의 가슴에 불을 붙였고, 수십 년에 걸친 끈질긴 의회 투쟁이라는 고단한 ‘손과 발의 수고’로 이어졌다. 마침내 1807년, 노예무역 폐지법안이 통과되던 날 밤, 의사당에 울려 퍼진 환호는 추상적 교리가 구체적 현실을 구원해 낸 위대한 승리의 찬가였다.

성경은 처음부터 행함으로 증명되지 않는 믿음의 공허함을 준엄하게 경고한다. 야고보 사도는 교회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야고보서 2:14-17)

이제 한국 교회는 신학적 지식의 축적을 넘어, 그 지식을 삶으로 살아내는 ‘신학의 육화(肉化)’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성찬의 떡과 포도주를 나눌 때마다 그리스도의 살과 피에 참여하는 신비와 감격을 회복해야 한다. 칭의의 은혜가 죄를 이기는 능력으로, 이웃을 향한 정의와 긍휼로 나타나야 한다. 창조에서 새 창조에 이르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오늘 나의 고단한 일상을 버티게 하는 소망이 되고, 아이티의 한 여성이 자신의 지식으로 공동체를 살려낸 것처럼, 우리가 가진 진리가 세상을 섬기는 구체적인 방편이 되어야 한다. 진리가 우리의 머리를 채우고, 가슴을 뜨겁게 하며, 마침내 손과 발을 움직여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교회는 다시 한번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바로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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