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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을 넘어 본질로: 교회의 참된 콘텐츠를 찾아서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0-28 08:30

본문

세계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해양·물류 콩그레스는 급변하는 무역 환경 속에서 새로운 항로와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세상의 절박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기존의 운송 경로와 투자 결정을 재검토하듯, 세상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통합을 외친다. 이러한 시대적 격랑 속에서 한국 교회는 어디를 향해, 어떤 지도를 들고 항해하고 있는가.

최근 출간된 김도인 목사의 ‘언택트와 교회’는 팬데믹을 거치며 무기력함에 빠진 한국 교회를 진단하며 ‘콘텐츠’라는 화두를 던진다. 이는 단순히 온라인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가 세상에 제시할 본질적 내용물이 무엇이냐는 근원적 질문이다. 화려한 건물과 잘 짜인 조직이라는 외형적 형식은 전염병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속절없이 흔들렸다. 이제 교회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 즉 교회의 참된 ‘콘텐츠’가 무엇인지 답해야 할 책무 앞에 서 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은 우리에게 형식과 본질의 문제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자베르 경감은 ‘법’이라는 확고한 형식을 인생의 유일한 좌표로 삼은 인물이다. 그에게 법은 선과 악을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며,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일 뿐이다. 반면, 미리엘 주교의 자비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장발장은 법의 형식을 넘어선 사랑과 희생이라는 삶의 본질을 살아낸다. 결국 형식에만 얽매였던 자베르는 스스로 무너져 내렸지만, 은혜의 본질을 붙잡은 장발장은 한 영혼을 구원하고 자신 또한 구원에 이른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자베르처럼 건물의 크기, 교인 수, 프로그램의 화려함이라는 형식에만 매몰되어, 정작 교회의 심장이어야 할 복음의 본질, 즉 장발장의 삶을 변화시킨 그 은혜의 ‘콘텐츠’를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통렬히 돌아보아야 한다.

교회의 본질, 그 궁극의 콘텐츠는 무엇인가. 4세기 교부 니사의 그레고리우스는 ‘선함(Good)’이라는 칭호가 성부 하나님뿐만 아니라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도 온전히 합당함을 논증하며 교회의 신앙을 지켜냈다. 이는 단순한 신학 논쟁이 아니었다. 만약 그리스도가 본질적으로 선하신 하나님이 아니라면, 우리의 구원은 불완전하며 교회가 선포할 복음의 심장은 멈추고 만다. 교회의 참된 콘텐츠는 바로 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하심과 사랑, 그리고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구원의 은혜 그 자체이다. 이것이 교회가 세상의 어떤 변화 속에서도 붙들고 선포해야 할 유일하고도 영원한 내용물이다.

오늘날 수단 내전의 참화 속에서, 모든 사회적 형식이 파괴된 절망의 땅에서 여성들은 가장 큰 고통을 겪으면서도 구호의 최전선에 서 있다. 포화 속에서 음식을 나누고 서로를 돌보는 그녀들의 모습은, 교회의 본질적 콘텐츠인 ‘선함’과 ‘사랑’이 어떤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빛을 발하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들에게는 예배당도, 조직도 없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 교회는 세상의 물류 시스템처럼 효율적인 운영과 외형적 성장을 고민하기에 앞서, 우리의 창고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우리가 세상에 내어줄 ‘콘텐츠’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그것은 시대를 따라 변하는 유행이나 방법론이 될 수 없다. 교회의 유일하고도 영원한 콘텐츠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다. 히브리서 13장 8절은 이렇게 선포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 이 변치 않는 진리의 좌표 위에 교회의 새로운 길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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