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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잃어버린 교회, 다시 세상의 빛으로 서라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0-27 08:30

본문

세상의 소식은 홍수처럼 밀려오지만, 그리스도인의 마음은 갈수록 섬처럼 고립되고 있다. 정치, 기술, 사회, 문화의 격변 속에서 신앙은 한낱 개인의 경건 문제로 축소되고, 세상의 광장에서 기독교의 목소리는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한국 교회는 과연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최근 들려온 몇 가지 소식들은 우리에게 잊혔던 교회의 소명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마이클 호튼의 신간과 고전 개혁주의 변증법에 대한 재조명은, 교회가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이유가 신학적 토대의 약화에 있음을 명확히 지적한다. 신앙을 사적인 영역에 가두는 세속주의의 도전에 맞서,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이 미친다는 것을 선포하는 개혁주의 세계관의 회복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히 지적 유희가 아니라,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그리스도인이라는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한 근본적인 각본을 다시 손에 쥐는 일과 같다.

여기, 신앙과 삶을 통합한 한 인물의 위대한 발자취가 있다. 네덜란드의 신학자이자 목사였던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는 “우리 인간의 삶의 전 영역에서 만물의 주관자이신 그리스도께서 ‘내 것이다!’라고 외치지 않는 곳은 단 한 치도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선언처럼 신학자의 서재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언론사를 설립해 시대의 정신과 싸웠고, 자유대학교를 세워 기독교적 학문의 전당을 구축했으며, 마침내 네덜란드의 총리가 되어 자신의 신앙을 국가 경영의 원리로 삼고자 분투했다. 그의 삶 자체가 신앙이 어떻게 역사의 광장 한복판에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웅장한 서사시다.

이 거대한 비전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낯선 땅 조선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친 의료선교사 마티 잉골드의 삶은 카이퍼의 신학이 한 개인의 순종을 통해 어떻게 구체적인 사랑으로 피어나는지를 증거한다. 그녀는 당대 최고의 의술을 자신의 성공이 아닌, 이름 모를 조선인들의 고통을 닦아주는 도구로 사용했다. 그녀의 진료실은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하나님의 긍휼이 흘러가는 통로였으며, 복음이 선포되는 거룩한 광장이었다. 잉골드의 헌신은 한국 교회가 바로 이러한 사랑의 빚 위에 세워졌음을, 그리고 이제 그 빚을 세상에 갚아야 할 책임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세상은 더욱 복잡하다. 백악관 펠로 프로그램이 ‘지식에 기반한 열정적 참여’를 요구하듯, 그리스도인은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탁월함과 성실함으로 세상의 리더십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빅테크 기업과 권위주의 정권의 결탁이 보여주듯, 기술과 권력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의 도전에 대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할 책임도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광장’이다.

교회는 더 이상 세상의 변화를 방관하거나 두려워하며 성벽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개혁주의 신학의 풍성한 유산을 재발견하고, 카이퍼와 같은 담대한 비전을 품으며, 마티 잉골드와 같은 헌신적인 삶을 살아내는 그리스도인들을 길러내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교회는 잃어버렸던 광장을 되찾고,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빛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게 될 것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명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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