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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넘어 신실함으로, 청지기의 시대를 열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0-19 08:30

본문

지구촌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복음의 소리가 각기 다른 선율을 띠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화음을 이루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기독 경영인들이 '성공'이라는 세상의 척도를 내려놓고 '신실함'이라는 성경적 가치를 붙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아프리카 대륙 가나에서는 오순절 신앙의 폭발적인 부흥을 증명하듯 사상 최초로 하나님의 성회 세계 대회가 개최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현장의 소식들은 표면적으로는 흩어진 점들처럼 보이지만, 그 심층을 꿰뚫어 보면 '청지기'라는 하나의 강력한 시대적 소명으로 수렴된다.

오늘날 세상은 리더십을 가시적인 성공과 영향력의 크기로 측정한다. 더 많은 부, 더 높은 지위, 더 넓은 인지도를 얻는 것이 유능함의 증거로 여겨진다. 그러나 스페인 과달라하라와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독 경영인 및 여성 리더십 컨퍼런스는 이러한 세속적 가치관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맡기신 자원과 재능, 그리고 책임을 어떻게 '신실하게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는 소유자(Owner)의 관점에서 관리자(Steward)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다. 우리의 삶과 기업, 재능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 아니라, 잠시 맡아 관리하도록 위임받은 주님의 자산이라는 고백이다.

이러한 청지기적 삶의 무게와 영광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인물이 있다. 바로 영국의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다. 18세기 말, 대영제국의 부와 번영이 아프리카인들의 피와 눈물로 얼룩진 노예무역 위에 세워져 있을 때,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자신의 전 생애를 던졌다. 그는 노예무역 폐지라는, 당시로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과업을 위해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의회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수많은 조롱과 정치적 공격, 살해 위협 속에서도 그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었다. 그의 목적은 정치적 성공이나 개인의 명예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국회의원이라는 직분과 영향력을 하나님의 공의를 위해 신실하게 사용하는 것, 그것이 그의 유일한 목표였다. 마침내 1807년 노예무역 폐지법안이 통과되고, 그가 임종하기 사흘 전인 1833년 대영제국 전역에서 노예제도가 완전히 폐지되었을 때, 역사는 한 사람이 자신의 소명을 신실하게 감당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윌버포스의 거시적 청지기 정신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열린 하나님의 성회 세계 대회는, 이제 세계 기독교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교회가 새로운 시대의 영적 자원을 맡은 청지기로 부름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자녀의 작은 오디션을 앞두고 염려 대신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라고 권면하는 어머니의 편지는, 우리의 가장 작은 일상과 자녀 양육 역시 신실함이 요구되는 청지기적 영역임을 일깨운다. 시드니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의 실수들을 통해 인간 계획의 허술함을 지적한 기고문은, 결국 우리의 노력이 아닌 창조주 하나님의 완벽하심을 의지하며 맡겨진 사명을 감당해야 함을 역설한다. 이 모든 것은 규모와 영역은 다를지언정, '신실한 청지기'라는 동일한 부르심을 향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이제 양적 성장의 시대를 지나 질적 성숙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교회의 크기, 헌금의 액수, 교인의 숫자로 성공을 가늠하던 낡은 관습을 버리고, 우리에게 맡겨진 복음과 다음 세대, 그리고 이 사회를 얼마나 신실하게 섬기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거창한 성공 신화가 아니라, 작고 보잘것없는 일에 충성을 다하는 신실한 마음이다. 마침내 주님 앞에 서는 날, 우리가 들어야 할 칭찬은 바로 이것이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마태복음 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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