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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에서 닻을 내리다: 본질로 돌아가는 교회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0-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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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조류가 거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을 낳은 전쟁의 포화는 멈추지 않고, 전 세계 5억이 넘는 영혼은 여전히 말씀의 빛에 접근하지 못한 채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유럽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불확실한 시대’를 진단하며 한자리에 모였다는 소식은 오늘날 교회가 항해하는 바다가 얼마나 험난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이 거친 풍랑 속에서 교회는 어디에 닻을 내려야 하는가. 작금의 소식들은 교회의 시선이 밖이 아닌 안으로, 현상이 아닌 본질로 향해야 함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차세대 사역을 ‘전도’라는 행사에서 ‘제자 삼는 삶’이라는 본질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외침, 여성 리더십을 ‘평등’이라는 구호에서 ‘동역’이라는 관계로 심화시켜야 한다는 제언은 모두 교회가 그동안 추구해 온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페로 제도가 90년 만에 자국어의 숨결이 깃든 성경을 다시 품에 안고, 이베로-아메리카 교회가 생명과 가정이라는 창조 질서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다시 모이는 모습은, 혼란의 시대일수록 교회가 붙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나치즘의 광기가 유럽을 집어삼키던 시절, 독일의 고백교회와 디트리히 본회퍼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값싼 은혜’를 거부하고 십자가를 따르는 ‘값비싼 은혜’를 외쳤다. 그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안하거나 시류에 맞는 신학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신가?’, ‘교회란 무엇인가?’. 그들은 오직 말씀과 성례, 그리고 고난받는 형제들과의 교제 속에서 교회의 본질을 재확인하며 시대의 어둠을 밝혔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때 세계 최초의 무신론 국가를 선포했던 알바니아 땅에서 ‘유럽을 위한 희망’이 외쳐지고, 미사일 공격으로 무너진 교회 터 위에서 우크라이나 교회가 ‘희망상’을 받는 역설적인 풍경은 바로 이 본질의 능력을 증거한다. 희망은 번영의 땅이 아닌 고난의 땅에서 더욱 선명한 빛을 발하며, 교회의 능력은 건물의 크기가 아닌 성도들의 삶으로 증명된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줄 수 없는 교회의 소망, 영혼의 닻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가 이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영혼의 닻 같아서 튼튼하고 견고하여 휘장 안에 들어 가나니 그리로 앞서 가신 예수께서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라 영원히 대제사장이 되어 우리를 위하여 들어 가셨느니라” (히 6:19-20). 우리의 닻은 세상의 변화무쌍한 파도에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영원하고 변치 않는 하나님의 보좌, 휘장 안으로 던져진다. 한국 교회는 이제 요동치는 세상의 파도를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우리의 닻이 견고하게 매여 있는 그 지성소를 바라보아야 한다. 화려한 행사와 성장 담론을 넘어, 한 영혼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고, 말씀의 깊이로 돌아가며, 고난 속에서도 서로를 섬기는 동역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폭풍 속에서 교회가 닻을 내려야 할 유일하고도 영원한 항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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