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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바다, 분별의 닻을 내리고 믿음의 돛을 올리라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9-10 08:30

본문

시대의 조류가 거세다. 인공지능이 현자의 자리를 넘보고, 뉴에이지 영성은 공허한 마음에 신기루 같은 위안을 속삭인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념의 충돌이 문화의 교류마저 단절시키고, 예고 없는 비극은 신실한 성도의 삶마저 한순간에 앗아간다. 오늘 우리에게 당도한 소식들은 마치 한 폭의 거대한 풍경화처럼,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세상의 모습을 남김없이 그려내고 있다. 타로 카드와 수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앓고 있는 깊은 영적 갈증의 명백한 징후이다.

이러한 혼돈의 파도 앞에서 교회는 두 가지 유혹에 직면한다. 하나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귀를 막고 침묵의 성채 안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의 방법을 그대로 모방하여 더 크고 화려한 목소리로 맞서는 것이다. 그러나 사역의 현장에서 ‘덜 말하는 것’의 힘이 역설되는 이유는, 우리의 능력이 말의 양에 있지 않고 오직 그 안에 담긴 진리의 무게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앞에 두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묻는 것은, 우리의 신앙이 인간의 지혜가 아닌 하나님의 주권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고백하는 행위이다.

20세기 영국의 지성 C.S. 루이스는 그의 저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이 시대의 영적 전쟁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예견했다.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는 조카 웜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순간적인 감각적 경험의 흐름’에 그를 끊임없이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세상의 유행과 최신 정보, 사소한 불안감으로 인간의 정신을 가득 채워, 영원한 진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틈을 허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세상은 스크루테이프의 계략이 완벽하게 실현된 무대와 같다. 교회는 바로 이 악마적 소음을 뚫고 울려 퍼져야 할 유일하고도 영원한 진리의 목소리로 부름받았다.

이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교회는 무엇보다 깨어 근신하며 믿음 위에 굳건히 서야 한다. 사도 베드로는 우리를 향해 준엄한 권면을 남겼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라” (베드로전서 5:8-9). 이는 수동적 방관이 아닌, 냉철한 분별력을 갖춘 능동적 저항을 촉구하는 명령이다. 스페인 내전 속에서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무명의 개신교 여성처럼, 또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임을 고백하는 운동선수처럼, 우리의 믿음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흔들리지 않는 닻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는 시대의 풍랑에 휩쓸려가는 난파선이 아니라, 거룩한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는 위대한 사명의 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성경이라는 절대 기준 위에서 이 시대의 사상과 문화를 비추어보는 ‘분별의 닻’을 깊이 내려야 한다. 동시에, 텅 빈 그물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협력과 연대를 통해 가장 큰 그물을 짜는 ‘믿음의 돛’을 힘껏 올려야 한다. 지금은 항구에 숨어 있을 때가 아니라, 혼돈의 바다를 가르며 생명의 복음을 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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