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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소금인가, 시대의 각설탕인가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9-29 08:30

본문

한국 교회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거룩한 부르심 대신, 좌와 우로 나뉜 세상의 이념 투쟁에 스스로를 내던지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오늘의 뉴스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예수는 보수주의자도 진보주의자도 아니었으며, 특정 정치 집단의 승리를 위해 오신 분이 아니다. 그는 오직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그러나 3년간 스승을 그림자처럼 따랐던 제자들조차 부활하신 예수 앞에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라고 물으며 그의 사명을 민족주의적 의제로 오해했다. 선한 의도와 열정마저도 하나님 나라라는 절대적 기준점을 상실할 때, 얼마나 쉽게 우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렬한 장면이다.

교회가 세상의 정치 이념을 신앙의 나침반으로 삼는 순간, 복음의 순수성은 희석되고 예수는 특정 이념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이러한 위험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참된 신앙은 세상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논리를 초월하는 하나님의 기준으로 세상을 변혁하는 것이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윌리엄 윌버포스의 삶이 그 빛나는 증거다. 그는 18세기 말, 노예무역이 영국의 경제를 지탱하던 시대에 “하나님께서 내 앞에 두신 두 가지 큰 목표는 노예무역 폐지와 관습의 개혁이다”라고 선언했다. 그의 투쟁은 특정 정당의 이익이나 정치적 유불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죄악에 대한, 신앙 양심에 기반한 거룩한 분노이자 사명이었다. 20년이 넘는 끈질긴 노력 끝에 마침내 노예무역 폐지 법안을 통과시킨 그의 여정은, 신앙이 어떻게 시대의 악을 돌파하고 역사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는지를 웅변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윌버포스와 같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의 기준과 타협하지 않는 ‘성결’을 향한 거룩한 추구에서 시작된다. 높은 기준을 포기하고 승리만을 좇는 세속적 성공주의를 버리고, 비록 패배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닮아가는 길을 택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손길로 치유받은 베드로의 장모가 즉시 일어나 그를 섬겼던 것처럼, 은혜를 경험한 성도의 마땅한 반응은 세상 권력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겸손한 섬김으로 나타나야 한다. 미국성서공회가 기념하는 ‘변화 선도자’들 역시 정치적 구호가 아닌, 묵묵히 성경을 전하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헌신했던 이들이었다.

교회는 시대의 흐름에 녹아 사라지는 각설탕이 아니라, 부패를 막고 맛을 내는 세상의 소금으로 부름받았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밖에 버려져 밟힐 뿐이다. 한국 교회는 이제 세상의 이념이라는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싸움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하는 영적 싸움임을 기억해야 한다. 로마서 기자의 권면이 오늘 우리에게 절실하게 들려온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롬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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