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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JP모건 가세, RWA 10조달러 시장 열리나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2-28 15:23

본문

실물연계자산(RWA·Real World Assets)이 다시 한 번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과장된 마케팅과 미완의 법적 구조, 유동성 부족으로 좌초를 거듭했던 자산 토큰화 시장이 이제는 전통 금융 거인들의 본격적인 참여 속에서 전혀 다른 위상을 갖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RWA란 부동산, 금, 국채, 주식, 사모채권 등 현실 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해 디지털 환경에서 거래 가능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움직일 수 없는 자산’을 ‘움직일 수 있는 디지털 권리’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이는 단순히 암호화폐 시장의 파생 상품이 아니라, 기존 금융 인프라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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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기억을 넘어 ‘기관의 시간’으로


RWA는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2018~2019년, 예술품·부동산·와인·다이아몬드 등을 토큰화하겠다는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모든 자산이 블록체인 위에 올라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당시 시장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예술품 토큰화를 시도했던 프로젝트들은 2차 유통 시장의 부재로 사실상 거래가 정지되었고, 일부 고수익을 약속한 플랫폼은 투명성 부족과 운영 리스크로 붕괴했다. ‘실물 기반’이라는 표현은 있었지만, 법적 보호 체계와 자산 보관 구조는 허술했다. 


그 결과 RWA는 한동안 “마케팅 수사에 불과했다”는 냉소적 평가를 받으며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변화의 핵심은 기관 참여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가 블록체인 기반 자산 운용과 결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RWA는 실험 단계를 넘어 상용화의 문턱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JP모건은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관 간 결제 및 담보 거래를 토큰화 방식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블랙록은 토큰화 펀드 출시를 통해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전통 금융 상품을 블록체인 환경으로 옮기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코인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통 금융의 거래·청산·보관 구조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왜 지금 RWA인가


RWA가 재조명되는 배경에는 전통 금융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첫째, 거래 시간의 제한이다. 대부분의 증권 시장은 정해진 시간에만 개장하며, 국가 간 거래에는 추가적인 절차와 시간이 소요된다.


둘째, 복잡한 중개 구조다. 브로커, 수탁기관, 청산기관 등 다단계 구조 속에서 비용과 시간이 누적된다.


셋째, 접근성 문제다. 일부 자산은 고액 투자자만 접근 가능하며, 소액 분할 투자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구조를 ‘프로그램 가능한 권리’로 전환한다. 자산을 토큰 단위로 쪼개 소액 투자도 가능하게 만들고, 24시간 국경 없는 거래를 구현하며,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화된 정산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금융 효율성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최근 시장 전망에 따르면 자산 토큰화 시장은 2030년까지 약 9조~10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평균 70% 이상 고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제기되면서, RWA는 암호화폐 시장 내 새로운 ‘메가 테마’로 자리잡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의 결합, 실물 담보 전략 확대


RWA 확산에는 스테이블코인의 전략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는 단순히 달러 연동 토큰을 발행하는 것을 넘어, 금 보유, 농업 기업 지분 투자, 오프라인 기업 지분 확보 등 실물 자산 기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실물 담보 기반 금융 구조’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토큰과 물리적 자산이 결합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는 점차 전통 금융과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탈중앙화의 이상인가, 제도권의 재코드화인가


RWA의 미래는 단순히 낙관론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과거의 러그풀(운영진 잠적) 위험은 줄어들었지만, 대신 규제 충돌과 법적 책임 문제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토큰화 자산이 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각국의 금융 규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또한 자산 보관·파산 시 권리 보호·국경 간 법적 효력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권력의 이동’이다. 암호화폐가 초기에는 탈중앙화를 지향했다면, RWA는 오히려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과 블록체인의 결합이라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법적 구조, 유동성, 규제 대응 능력을 갖춘 대형 기관이 파이프라인을 장악할 경우, RWA는 탈중앙화 혁명이라기보다 제도권 금융의 디지털 확장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10조 달러보다 중요한 질문


결국 관건은 시장 규모 그 자체가 아니다. “10조달러 시장이 열릴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이 시장을 지배할 것인가”다.


블랙록과 JP모건 같은 초대형 기관이 인프라를 설계하고 규제 당국과 협력해 제도적 틀을 구축할 경우, RWA의 주도권은 기존 금융권이 쥘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블록체인 네이티브 기업이 기술 혁신과 유동성 확보에 성공한다면, 전통 금융 질서에 균열을 낼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RWA가 암호화폐 시장의 또 다른 투기 테마를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재코드화’ 과정에 진입했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어떤 구조로 확산될 것인가”로 이동했다.


RWA가 ‘코인판 최종 보스’가 될지, 아니면 제도권 금융의 디지털 연장선으로 흡수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실물과 디지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 전환점에서, 자산의 정의 자체가 다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C) 기독교마라나타신문 202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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