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비트코인-증권토큰 직접거래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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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시장의 규제 방향이 또 한 번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과 비트코인 간의 직접 거래를 허용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전통 금융시장과 디지털 자산 시장의 경계가 한층 더 유연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치는 블록체인 전문 매체 The Crypto Basic 등을 통해 전해졌으며, 기존 연방 증권법 체계를 유지하되 시장 구조의 해석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규제 명확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직접 교환” 허용, 토큰화 시장에 제도적 안전지대 제공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증권거래소 또는 대체거래시스템(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이 증권형 토큰을 반드시 법정화폐로 환전한 뒤 다시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했던 기존의 간접 구조를 거치지 않고, 증권형 토큰과 비트코인을 직접 교환하는 거래를 중개할 수 있도록 명확히 허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절차 간소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토큰화 증권 발행 기업이나 디지털 자산 기반 금융 플랫폼들은 “현금화 → 재매수”라는 이중 단계로 인해 거래 비용 증가, 정산 지연, 자본 효율성 저하 등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자산 간 교환 구조가 단순화되면서 거래 유동성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산 포트폴리오 운용의 유연성이 크게 개선된다. 증권형 토큰과 비트코인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해지면, 토큰화된 주식·채권·펀드 지분 등을 암호화폐 자산과 즉각적으로 교환할 수 있어 디지털 자산과 전통 자산의 통합 운용 전략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규제 완화 아닌 “규제 명확화”…시장 신뢰 확보
SEC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새로운 법률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기존 연방 증권법 아래에서 허용 가능한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해석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즉, 이는 규제의 철폐가 아니라 규제의 명확화(clarification)에 가깝다.
ATS 운영자는 여전히 기록 보관, 거래 보고, 내부 통제, 투자자 보호 의무를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거래를 미 달러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일관되고 투명한 가격 산정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암호화폐 관련 정보, 접근 방식, 정산 절차 역시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이 같은 조건은 시장 참여자에게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서도, 투자자 보호라는 SEC의 핵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균형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였던 암호화폐 시장에서 규제기관이 허용 범위를 명확히 해준 것 자체가 시장 신뢰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한다.
▶ 스테이블코인 자본 규제 완화…브로커-딜러 활동 확대
이번 발표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자본 규제 완화다. SEC는 브로커-딜러가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시장성이 있는 자산으로 인정하고, 순자본 산정 시 2%의 헤어컷만 적용하도록 허용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지나치게 위험 자산으로 간주해 높은 자본 부담을 요구하던 기존 관행과 비교할 때 상당한 변화다.
이 조치로 인해 브로커-딜러들은 디지털 자산 관련 업무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ATS 브로커-딜러가 거래, 보관, 청산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각 기능이 연방 증권법을 독립적으로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해, 운영 효율성과 규제 준수를 동시에 확보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고객 거래를 기존 브로커-딜러 업무 범위 내에서 청산할 경우 별도의 청산기관 등록이 필요하지 않다고 명확히 한 점은, 중개업자 입장에서 운영 비용 절감과 사업 확장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 암호화폐 ETP 허용 범위 확대
SEC는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ETP)에 대해서도 기존 상품 기반 ETP에 적용되는 규정을 준수할 경우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디지털 자산을 전통 금융 상품 구조 안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기관 자금 유입이 가속화된 바 있는 만큼,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 기반 금융상품의 제도권 확산을 한층 더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책이 단기적 가격 변동성보다는 중장기적 제도권 통합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의 구조적 융합 가속
202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자산 토큰화(RWA), 디지털 커스터디,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 확산 등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번 SEC의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의 접점을 제도적으로 정교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증권형 토큰과 비트코인의 직접 거래 허용은 단순한 기술적 편의 제공이 아니라, “토큰화 금융(Tokenized Finance)”이 제도권 금융시장 안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이다. 그 중심에서 규제기관이 암호화폐 거래 구조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석을 제시했다는 점은 글로벌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규제 명확성은 곧 성장의 조건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무조건적 완화가 아니라, 명확한 규칙 속에서 혁신을 허용하겠다는 정책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거래소와 브로커-딜러는 유연성을 확보했고, 투자자는 투명성 기준 강화를 통해 보호받으며, 제도권 금융은 디지털 자산과의 접점을 넓히게 됐다. 결국 시장이 요구해온 것은 “완전한 자유”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칙”이었다.
SEC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바로 그 예측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지털 자산이 변방의 실험적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이번 결정은 분명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C) 기독교마라나타신문 2026-02-28
